목록Review/영화 리뷰 (13)
아재의 시선
리뷰를 끄적여볼까하고 작품하나를 읽고 있다가 너무 재미가없어서 완결까지 진행하지 못하고 몇개월이 흘렀다. 이걸 그만읽고 리뷰를 쓰자니 무례한거 같은 마음에 어떻게든 읽어보려다 또 몇개월이 흘렀다. 이러다간 아무것도 쓰지도 못한채 지나가기만 할 것 같아 설날기념으로 승리호를 보았다. 와~ 재미없다~ 라는게 소감이지만 설날이라는 특수성 덕분에 초등생 조카와 중등생 조카, 그리고 그 어머니와 함께 시청을 하면서 그들은 상당히 재밌게 시청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분명 한국 특수효과의 발전을 보여주고 영상미도 좋았긴했지만 궁극적인 재미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들은 어떻게 재밌게 시청한 것일까.. 그 의문은 내가 아저씨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우리 아저씨들은 어린시절부터 스타워즈라는 SF판타지부터 인디아나존스..
사랑의 불시착 초반 어이없는 불시착 씬은 실제 있었던 김양의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지만 판타지스러운 시작을 알린다. 장르문학에서 도입부 혹은 제목에서 이건 말도 안 되는 얘기니 괜한 태클 걸지 말고 보기나 하시죠와 같은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역시 세계적으로 히트에 성공한 작품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점이 분명 있다. 대체 어떤 이야기이길래 한국에서 만들어진 이야기가 다른 문화의 나라에도 통용이 되는 것일까. 이 의문에 대한 답은 장르문학의 분석에 따른 작법과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별한 태생, 뛰어난 내외적 요소, 고난과 극복, 새로운 역경, 복수, 징악, 폭력의 미학, 사랑받는 주인공. 여기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남자 주인공의 행태다. 여성의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러브코미디의 기반답게 남자주인공..
영화 초반부는 재밌다. 그런데 재밌다라는 생각이 들 때면 이게 왜 재밌지라는 생각을 하곤한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반지하의 가족들이 착착 부잣집을 계획대로 속여가는걸 보면서 즐거워한다. 왜일까. 부잣집 사람들이 무슨 잘못을 한 것도 아닌데, 그들이 속아넘어가는 꼴을 보며 즐거워한다. 바닥에서 올라오는 모습을 그냥 우리는 좋아한다. 그런데 그들이 자신의 것이 아닌 것에서 행복해하며 즐기는 모습에서 우리에겐 불안감이 몰려온다. 자신의 것이 아니기에 기생충처럼 언제 터져버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행복은 불행의 직전이다. 현실을 이렇게 해결해야 한다고 이야기 하지 않는다. 영화는 우리에게 '어울리다'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한다. 어떤 모습에 '어울리다'부터 또다른 의미까지. 정말 현실처럼, 어떤 변수가 어떤 결과값을 ..
군함도 Nac지수 - 7.1 군함도가 개봉한지 꽤나 시간이 흘렀다. 부정적인 비평이 많았던 영화다. 개봉전 무한도전에서도 조명했었고 일본측의 날선 반응도 대중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이제와 영화를 보고난 후 꽤 괜찮게 만들어진 영화였다고 본다. 제목만 군함도가 아니었다면 항간의 평도 인간의 내면을 성찰하는 철학액션신파영화로 호평받았을지도 모른다. 나생문을 따와 나생도였으면, 어감이 좋은 걸찾아 귀생도, 지옥도, 악귀도 이런 것이었으면 말이다. 양비론적 관점이라도 현실을 생각해보면 고개를 끄덕일 법한 이야기니 대중들의 호응도 있었을 것이고 말이다. 개인적으론 친가와 외가의 충격적이고 스펙타클한 근현대사를 듣고자라, 인간에 대한 양비론적이면서도 건설적인 시각을 추구하기에(...) 군함도를 좀더 차분히 볼 수..
네루다 - 파블로 라라인 Nac지수 - 6.6 한국의 -비공식-입국심사 질문이 있다. Do you know 김치? 두유노 싸이? 두유노 연아킴? 선택지는 둘로 갈린다 예스 아니면 노. 예스로 시작하는 답변이면 질문자의 미소를 볼 수 있겠지만 아니라면… 당신은 입국을 거부당한다. 역설적으로 사용되는 인터넷 밈이기는 하지만 두유노 다음 들어오는 존재는 국가를 대표하는 혹은 자랑스런, 때론 타국도 알만한 존재들이 포진한다. 만약 이 땅이 칠레라면 두유노 네루다? 라는 질문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하지만 킴취가 뭐에효?라고 대답하는 외국인처럼 칠레하면 와인밖에 생각이 나지 않고, 네루다는 누군지 들어보지도 못했다하더라도 당신은 지극히 정상일 것이다. 네루다는 근현대 역사에 가리운 수탈을 이야기하고,..
재미있을까. 재밌게 보았다. 재밌다. 한국형 무엇무엇이라는 수식어를 달았을 때, 속된 말로 한글패치가 완료되면 창렬하다라는 경우가 일상에 산재한다. 자조섞인 용어가 되어버린 한국형. 하지만 영화 '부산행'에 붙는 한국형이라는 수식어는 냉소가 아닌 미묘하면서 짭짜름한 즐거운 미소가 지어진다. 단편적인 부분에서 한국형이라기보다는 영화의 온갖부분에서 한국의 스타일을 찾아볼 수 있다. 좀비영화인데도 불구하고 열차라는 공간으로 한정시키고 분장과 좀비연기로 CG를 절약하며 찍어낸 영상을 보고있으니 싸고.. 효율적으로 잘찍었구나라는 감탄이 들었다. 이게 발로 걷어차는데 진짜 사람이라 쎄게는 못차고 효과음이 퍽퍽나는게 재밌었는데 이런 부분들도 그냥 좋았다. 원체 좀 쌈마이한 느낌을 좋아해서였던걸까. 즐겁게봤다. 부산행..
아가씨 리뷰 3명의 조선인과 1명의 일본인. 오직 아가씨 혼자만이 일본인이고 주위의 3명은 모두 조선인이다. 일본에 대한 각기 다른 캐릭터들 감정의 채도를 주목해볼만 하다. 양끝에 코우즈키와 숙희가 있다면 가운데 백작이 있는 모습으로 영화는 색을 칠해간다. 이는 아가씨, 히데코를 둘러싼 욕망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히데코라는 하나의 인물을 대하는 각기 다른 인물들의 욕망들.. 그렇다면그들의 욕망에 부딪쳐지고 있는 히데코는 어떤 욕망이 있는가. 죽음일까?결국 자신을 둘러싼 욕망 중 누군가를 택할 수 밖에 없던 상황의 아가씨.두번째 선택지인 백작을 택했지만 정말이지 비지니스적 관계였다. 하녀의 등장이후 인간에 대한 시험. 분노와 사랑의 감정 속에서첫번째와 두번째 선택지에서 또다른 선택지가 나타난다. 그러고..
곡성 리뷰 현실과 영화는 다른 점도 있다. 현실에서 우리가 보는 장면 장면들은 의도적이지 않은 경우도 많지만 영화에서 보여지는 장면들은 모두에 가깝게 감독의 생각이 들어간 의도적인 배치를 통해 만들어진다. 영화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 현실, 지금 이 순간이 아니다. 배우들의 대사 하나하나와 배경, 사물의 배치에도 의도는 들어간다. 문자와 글들은 이미 그 자체가 의미의 집약이기에 사용에 있어서도 세심하고도 의도적으로 사용된다. 따라서 영화의 시작과 함께 나오는 텍스트의 중요도는 흘려버리기엔 너무 높다. 감독이 관객에게 던지는 화두의 시작이기도 반전의 비밀인 경우도 때론 결말이기도 하다. 사람은 생각하는 존재다. '의심'으로부터 생각은 시작하며 '믿음'이라는 끝으로 매듭지어진다. 또한 믿을 수 없음으로 매듭은..
하이 라이즈(High Rise, 2015) 리뷰 인간은 영원을 꿈꾼다. 나 역시 영원을 그려볼 때가 있다. 진시황 마냥 개인의 불로불사를 추구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영원이라는 단어가 일상과 동떨어진 느낌이라면 이렇게 바꿔보자. '지속가능한' 갑자기 익숙한 느낌..이 든다. 인간은 그럼 어떻게 지속 가능을 꿈꿨던걸까. 국가를 생각해보자. 인간이 집단을 이루고 국가를 건설 했을 때, 그들이 갖는 시스템은 대부분 왕권이라는 강력한 축을 통해 유지되었다. 그리고 정점인 왕을 필두로 지배와 피지배계급으로 나뉘어진 시스템은 인류역사의 대부분을 차지하였던 지속가능한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현시대를 돌아보면 왕권으로 유지되는 시스템을 갖는 국가는 멸종에 가깝다. 어째서 이토록 변화한걸까. 무엇이 영원할 것만 같았던 왕..
영화보다 영화같은 일들이 벌어지는게 현실이다. 불지옥반도에 앉아 킹메이커를 들여다보고 있자니 '심심하다' 아니 '삼삼하다'. 영화의 단면을 보면 선거캠프 공보담당이 당내 경선을 치뤄가면서 일어나는 생각지 못하고, 원치않은 사건들에 휘말리는 이야기다. 민주당 후원이라도 받아서 제작이 된건지 미국 민주당 경선이 주된 배경이다. 그리고 기대와는 다르게 영화는 영화다운 카타르시스를 주지 않는다. 라이언 고슬링은 그렇다 쳐도, 조지 클루니와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을 데려다 놨으면 뭔가 좀 치열한 맛을 보여줬으면 하는 기대가 생기는데 '모스트 원티드 맨(A Most Wanted Man, 2014)'처럼 대중적이지는 않은 영화다. The Ides of March라는 원작의 제목은 시저가 암살되기 전 시저에게 3월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