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재의 시선

무한의 마법사 - 과학, 철학, 문학 본문

Review/도서 리뷰

무한의 마법사 - 과학, 철학, 문학

[Nac] 2017. 4. 27. 04:09

무한의 마법사 - 김치우


Nac지수 - 7.6

카카오페이지 27권 연재중


최근까지 장르문학 작품 중 몇 작품들을 제외하곤 실망을 해온 것이 사실이다. 독자들이 성장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아니면 성장하는 독자는 더이상 장르문학을 가까이 하지 않는 것일까. 씁쓸한 두가지 결론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답일지도 모른다. 분명 멋진 작품들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경우 대중성의 측면에서 성공을 거둔 예가 많지 않다는 것은 아쉽기만 하다. 더불어 매너리즘을 느끼게 하는 글들이 높은 선작수와 함께 독자들의 찬사를 받는 것을 보면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이런 면에서 무한의 마법사는 상당히 독특한 포지션에 위치해있다. 선작수 44만. 보통 사유할 만한 내용이 담겨져 있는 작품이 선작수 10만도 어렵고 20만은 극히 드문 세계에서 40만을 넘겼다는 것은 성공한 작품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지표가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 철학, 문학을 야무지게 비벼낸 작품이라는 것에서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박수를 보내기만 하기에는 꺼림직함이 있다. 작품전체와 비교해봤을 때 초반부가 혀를 찰정도로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의 수준이 바로 그것. 분명 현재 진행되는 부분까지 고려하고 작품을 시작했을텐데 왜 이럴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이렇게 써야 대중성을 초기에 확보하고 이후 고정적인 팬층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게 아닐까라는 의심이 들었다. 후반에 있어서도 진지한 내용만 나오면 짜증을 내는 몇몇 독자들의 댓글을 보며 의심이 다른 무언가로 변질되려 했으나 어쨋든 40만을 넘는 선작수를 통해 영리한 작품이라는 것을 입증했다고 볼 수 있다.


영리함이 빛나는 부분 중 하나는 대중성이 검증된 소재들을 긴템포로 가져간다는 것이다. 가장 큰 예가 바로 학원물이라는 소재다. 앞서 이야기했듯 심각하게 별로인 초반이 나아지기 시작하는 부분이 바로 학원을 들어가면서 부터이다. 원체 학원만화 같은 분류가 있듯 검증된 학원물의 뼈대를 놓아주지도 않고 쭉 끌고간다. 일반적인 경우 시간의 흐름에 따라 학년별로 에피소드가 진행되고 종료가 되겠지만 무한의 마법사의 경우는 학기중 에피소드 뿐만 아니라 방학이되면 소년 탐정 코난? 마냥 사건에 휘말리는데 스케일이 심각하게 커진다. 그렇지만 끝나고 돌아오면 동급생들과 아웅다웅, 치열하게 싸우는 모습을 보여준다. 둘 간의 간극이 독자들에게는 크게 느껴질 수 밖에 없고 밸런스의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어느정도 타당성을 깔아두기도 하고 초반부를 넘어온 관대함을 발휘한다면 가볍게 넘길 수 있을 것이다.



무한의 마법사에서 좀더 주목해야할 부분은 과학과 철학 그리고 문학이 융합된 부분이다. 마법에 있어서 환상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쌓아올린 틀이 아닌 현대 과학의 틀을 빌려와 접목시킴으로써 현실감을 높이고 흥미와 구체성을 더하게 한다. 유사과학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문학은 논문이 아니다. 과학은 소재로서 사용됨에 적절한 관대함을 발휘하며 문학에서의 즐거움과 철학에서의 통찰을 즐기는 것이 올바른 ‘무한의 마법사’ 사용법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과학이라는 악세사리를 끼고 문학의 옷을 입은 철학. 무한의 마법사를 읽고나서 든 생각이다. 상당히 다양한 철학적 주제를 풀어놓았는데 어떤식으로 통합할지 기대가 된다. 종교를 철학의 범주에 넣어놨는데 다시 생각하면 과학, 종교, 철학, 문학 이렇게 적어야 할까 싶을 정도로 종교와 종교에서의 신화 역시 상당부분 가져와 쓰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고 보면 과거에는 과학자이며 철학자이자 문학가인 사람들이 꽤 있었던 것 같은데.. 예를 들면 괴테라던지.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느꼈던 떡밥들을 나열해보자면 첫째로 무한에 있어 색즉시공공즉시색이다. 어느정도 레퍼런스가 있지만 이해하기 쉬운 개인적인 생각의 결론을 풀어보자면 공은 무가 아닌 공이다. 현재의 존재가 어떤 형태로 존재하지만 더 높은 차원에서 보자면 변화할 수 있는 형태중 하나일 뿐이며 궁극적인 시각, 변화가 무한에 이를 때 색은 결국 공이 된다. 색즉시공을 깨닫게 되면서 일종의 허무함, 허망감, 초탈을 느끼게 되는데 소설에서는 한계를 넘어서면 깨닫고 떠난다는 이야기로 묘사하는 듯하다. 하지만 결국 공즉시색, 공은 다시 현재에 있어 색이기에 다른 떡밥들과 맞물려 소설의 결말을 짐작하게 한다.


수학적으로 색즉시공, 공즉시색을 풀어본다면 x가 존재하고 리미트x가 무한대로 갈때 x는 극한값이 무한으로 발산하며 동일한 차원에서 무한 중의 무한, 즉 같은 차수의 무한 분의 무한은 수렴한다. 그럴듯하지 않은가. 무슨말인지 대충이해하고 넘어가자..


과거, 현재, 미래라는 떡밥에 있어서는 아우라와 복제에 대한 텍스트가 설마 나오나 싶었는데 아직까진 작가가 의도하는 바를 짐작하기가 어렵다. 주인공 시로네가 원인이 없는 결과라는 것은 과거가 없음을, 라의 환생은 현재를 지운다는 떡밥을 던지며 미래애 대한 무언가를 예상케 하는데.. 원래 알고 있던 텍스트의 함의는 과거를 파괴하는 현재에 있어 미래가 존재하는가였다. 가상과 복제에 있어 가짜라는 떡밥이 뿌려지긴 했지만 연결이 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그리고 소설 전반에 걸쳐 중요하게 등장하는 전체와 부분에 대한 논의가 있다. 전체주의의 비판과 실존주의적 결말은 이쪽 부류의 트랜드라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작품 내에서 계속해서 꾸준히 잘 비비는 소재이기에 결말까지 이어질 것이다. 그러고보니 전단락의 원 텍스트의 내용도 전체주의적 색채가 들어간 공산주의의 비판적 시선에서 해석된 내용이었다.


이성과 감정. 이성의 극단인 마법사들에서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으로 받아들인다는 정, 다함. 현실에서 정서적 거리감. 신. 종교. 미로. 왜 자신은 신이 될 수 없는가라는 라의 의문. 갈망과 관련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는데..


남은 다양한 떡밥은 책으로 확인을..


이 소설만의 특색을 하나더 뽑자면 주인공의 대척점이 악이 아니기에 완전한 악역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곤해도 인간상에 대한 부분은 현대적 시선으로 본다면 이해가 어려울 정도로 불호적 요소이기도 하다. 그런데 사실 돌이켜보면 주인공은 말해도 마음을 고쳐먹지않는 악역은 죽이거나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폐인을 만들어 버린다..


초반 마의 구간이 상상외로 길긴하다. 하지만 넘고 읽어본다면 예전 가즈나이트를 보듯 호쾌한 애니메이션이 연상되는 묘사와 귀여니스러울지도 모르는 새로운 문학적 시도들까지 흥미로움이 산재해 있는 소설이다.



사실 학교를 나가면서 괜찮아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낚여서 끝까지 봐서 괜찮았지만 모르고 봤다면 초반을 참고 후반을 보기엔 무리가 있는 작품이 아닌가 생각이든다. '학교를 나가면서'가 학교를 입학하면서가 아니라 졸업이라고 오해를 했다는게 유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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