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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항해시대2 셜록은행의 비밀

[Nac] 2018. 1. 3. 20:21

 새해가 다가오며 2017년 한해 투자성과를 정리해보다 갑자기 대항해시대2가 뇌리를 스쳤다. 올 한해의 투자성과를 셜록은행의 금리와 비교해보면 재밌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때 그시절로 돌아가는 감성에 젖기도 하면서 말이다.

 처음 은행에 돈을 맡기고 금리를 체크해보려고 시작을 하자 캐릭터 선택이 보였다. 돈하면 알베자스이지만 한편으론 이분을 빼놓을 수 없는데.. 바로 대항해시리즈를 관통하는 또하나의 주인공이자 비주류 아저씨 피에트로 콘티다. 이탈리아인으로 타고난 모험가. 부친의 파산으로 빚더미에 앉은 빚쟁이. 가히 대항해시대에 가장 잘 어울리는 캐릭터가 아닌가한다.

 모두 좋습니까? 라니.. 


  야박한 세상.. 하지만 하늘에서 동아줄이 내려오는데, 친구가 소개시켜준 스폰서가 조건을 들어주면 빚을 다 갚아주기로 한다는 이야기다. 시작부터 위험한 냄새가 나는 미중년 피에트로 콘티.

 빚을 갚아준다는 스폰서는 공작부인. 아찔한 스토리다. 빚은 많지만 정신은 말짱한 피에트로 콘티는 일침을 날리는데..

결론은 모두가 알다시피 자식걱정이 가득한 어머니의 의뢰였지만 이번 목표는 셜록은행의 금리를 확인하고 비교하는 것이기에 아무런 상관이 없다. 5000원을 받고 은행으로 가보자.

 는 빠른 탕진. 크흐흑.. 

살다 보면 이런일 저런일이 다 있는 법이다. 너무 풀죽지 말도록.. 돈을 불려서 저금을 하려다 빈털털이가된 피에트로 콘티는 로드를 할까 생각에 잠겼다. 돈이 한푼도 없으니 은행에 가서 맡길 돈도 없고 배를 팔 수도 없고.. 번뜩 공작부인이 항해에 쓰라며 준 육분의와 만원경이 생각났다.

 이왕 하는거 셜록은행의 본점이 있는 베네치아로 가서 육분의와 만원경을 처분. 6700원을 받았다. 

이번에는 샛길로 주점을 가지 않고 바로 은행으로 찾아갔다. 셜록은행의 본점이 왜 지중해 구석 베네치아에 있는걸까 궁금해하는 사람도 있는데, 지중해가 세상의 전부였던 시절 베네치아는 그 중심에 위치해있었다.

 역사상 처음으로 국가가 직접 사업에 뛰어들었던 베네치아는 무역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국가였으며 아라비아 숫자를 도입해 복식부기 회계를 발전시켰고 자본과 투자를 통한 현대적 운영방식을 발명해냈다. 말 그대로 돈에 있어 천재적인 감각의 엘리트들을 중심으로 국가가 경영되어 지중해 무역을 지배했었다.

 기독교를 믿고 있었기에 대부업과 같은 돈거래가 교회법을 통해 엄격히 금지됬었지만 베네치아는 유대인이 대부업을 할 수 있게 하면서 베네치아에 세금을 내게하는 식으로 돈을 챙겼다. 이렇게 자금을 끌어모아 당대 최대규모의 무역함대를 운영할 수 있었다. 한번쯤 들어본 두캇, 두카트라는 금화가 바로 베네치아가 만들었고, 각국에서 통용되는 화폐였다. 대항해시대에서 금화 역시 세계 곳곳에서 통용되는 것으로 보아 두카트일 것이다.

 현대적 자산의 개념과 신용개념 역시 베네치아에서 탄생하였다. 돈을 대출받아 무역선을 운영하는 것이 이득이었고, 무역선의 운용에 있어서도 지분투자를 통해 리스크를 나눠 감당했다.

 심지어 1587년 세계최초 국립 저축은행인 리알토 은행을 건설. 세계 최초로 예금금리로 4~5%의 이자를 주고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10배가 넘는 이득을 발생시키는 무역함대를 운영한 것이다. 시대가 역전되었지만 대항해시대의 셜록은행은 바로 이 리알토 은행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것일 것이다. 피에트로 콘티의 모티브가 니콜로 콘티인 것 처럼 말이다.

 재밌는 부분은 베네치아의 이런 전성기가 대항해시대가 열리면서 저물어 갔다는 것이다. 중동과 유럽의 무역을 독점하던 베네치아는 1521년 포루투칼로 대항해시대의 모험가들이 개척한 신항로를 통해 기존의 베네치아 루트보다 훨씬 싸게 향료를 들여오며 쇠락이 시작됬다. 대항해시대를 해본 사람이라면 모두가 알 것이다. 베네치아 그 구석까지 왜가느냐고.. 지리적 이점은 오히려 독이 되었고 나중에는 오스만의 공격과 교황의 파문까지 받게된다.


 이번엔 이야기가 샜던 것 같다... 다시 베네치아의 셜록은행 본점으로 가서 문을 두드렸다.

똑똑똑. 금리 좀 알아보려고 왔는데요.

예금은 월 3% 복리, 대출은 월 10% 복리였다. 연이율이 아니다. 이게 말이나 됩니까? 참고로 현재 한국의 기준금리는 연 1.5%다. 단순히 12개월로 나눠봐도 월 0.125% 라는 비참한 결과가.. 그렇다면 이 말도 안되는 셜록은행의 월 복리 정책이 성실하게 수행되고 있는 것일까 의문이 들었다. 복리 계산법으로 금화 1000닢을 입금시켰으니, 1000*1.03^12 = 1425.76닢을 1년후 돌려받아야 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엑셀로 계산을 해봤다. 1522년 6월 3일 금화 1000닢은 1년을 돌아 1425닢이 되는 증가를 개월마다 표시해 보았다. 

 검증을 위해 두눈을 시퍼렇게 뜨고 도시에서 나가지도 않고 하루하루, 1년간 여관에서 잠만 잤다..

2018년 1월 3일을 기념해 1523년 1월 3일 여관 아주머니와 사진도 한장 찰칵. 1년동안 돈 한푼 안내도 항상 밝게 맞아주시는 아주머니.. 

한해동안 숙박하면서 여관에 누가 있는지 관심도 없다가 누가 있나 싶어서 항해자와 대화를 해보았다. 누가 있긴 있었다. 그는 괜찮아 보이는 항해자가 주점에서 술을 마시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주는데..

 항구를 떠도는 철새같은 녀석.. 페르난 핀트가 있었다. 무슨 용건이 있는 건 아니고 그냥 누가 있나 궁금했을 뿐이다. 직감이 높은 녀석으로 부선장으로 쓸만하지만 또다시 새지말자. 우리는 모험을 하러 온것이 아니다. 금리를 비교를.. 하러 온 것이다.

드디어 D-Day. 1523년 6월 3일이 날이 밝았다.

 아니 1417닢이요? 전 1425닢을 받아야하는데 말입니다?

셜록은행의 비밀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고객의 돈을 교묘하게 빼돌리고 있었던 것이다. 은행을 믿고 맡긴 순진한 항해사가 뒷통수를 후려맞은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간교하게도 한달만 입금한 경우는 정상적으로 1030닢을 모두 주어 안심을 시키고 있었다. 혹시 주민세를 내야했던것일까.

설마 대출의 경우도 사기를 치나 싶어 실험을 해보았다. 1년 뒤에는 3138닢을 갚아야 했다.

한데, 세상에

3135닢이라구요? 3138을 갚아야하는데 깍아주시는 건가요? 고작 3닢이긴 하지만..

대체 왜 셜록은행이 사기를 치고 있는 것일까. 이스터에그처럼 숨겨진 게임요소인 것일까. 무언가 비밀이 있음이 틀림없었다. 혹시 복리로 금리가 계산되는게 시스템의 한계로 인한 것이라면 설마 오차의 이유는 바로!

 엑셀로 검증을 들어갔다. trunc함수를 통해 연산을 해보니

 1417닢정답이었다.

셜록은행은 소수점 연산을 아예 버리면서 업무를 보고있었던 것이다. 10%는 3%보다 버려지는 것이 적기에 차이가 적었던 것이고, 실제 복리계산과 달랐던 이유였다. 연이율로 따졌을때 42.57%과 41.7%의 차이는 그렇게 벌어졌던 것이었다.

 올해 수익률과의 대결은 어쨋든 패배로 마무리 지어졌다. 올해 장이 좋아 기대를 했었지만 패배는 패배. 1520년대로 돌아가면 셜록은행에 투자를 해야겠다. 1600년대 베네치아의 몰락을 예견할 수 있는 통찰도 갖기를 기원하며 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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