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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도서 리뷰

인간과 지옥의대결/바바리안 퀘스트 - 명작을 향한 성장

[Nac] 2018. 10. 21. 17:41

인간과 지옥의 대결 / 바바리안 퀘스트

Nac지수 - 5.1 / 6.8

문피아 연재. 백수귀족 작.

문피아 완결. 백수귀족 작.


 백수귀족 작가는 예전부터 이름을 알렸는데, 왠지 '나는 귀족이다'라는 소설의 '귀족'과 백수'귀족'이 매칭되면서 나에겐 전혀 다른 작품을 쓴 작가라고 인식되고 있었다. 그러다 커뮤니티에 '완전 스트레스 풀려고 약빨고 쓰는 거 같은데요?'라는 리뷰를 보곤 흥미가 동해 약간 훑어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든 생각은 이 작가가 뭘 쓰다가 이렇게 된 걸까... 그리곤 작가의 전작을 찾아보기 시작하면서 앞서 든 생각을 다시 수정하게 되었다. 정신을 놓고 쓰는 것이 아니라 다음작을 위한 액션씬 테크닉 습작이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말이다.


 백수귀족 작가의 작품중 처음으로 읽었던 것은 '킬더드래곤'. 확실히 깔끔하게 끝내는 작가로 기억에 남았다면 이번 인간과 지옥의 대결을 통해 문제의 전작(?)으로 찾아본 바바리안 퀘스트에서는 이 작가가 성장을 멈추지 않는구나를 느낄 수 있었다. 작가의 페르소나로 느껴지는 주인공 유릭의 이야기는 장르문학에서 흔히 찾아보기 어려운 완성도를 보여준다. 작가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딱 더 넘지 않고 완결내는 쿨함까지 겸비하고 있다.


 미운자식에게는 떡하나, 기대가 되는 작가일 수록 비평적이 되는 이 몹쓸 충동으로 사족을 달자면.. 아니 일단 떡부터 먹이자. 백수귀족 작가는 장르문학계에서 앞으로의 성장이 더욱 기대되는 작가이며 언젠가 명작에 다다를 작품을 써낼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 그의 작품에서 부족한 2%는 액션씬이라기보다는 책에서 뛰쳐나와 독자에게 쐐기를 박는 대사 한마디다. 바바리안 퀘스트에서도 독자들의 감정을 울리는 좋은 장면들이 있지만 뭔가 약간 모자란 듯한 그 느낌은 여기서 오는게 아닐까한다.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악마가 주인공에게 목숨을 주고 하는 대사 중 이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할 때 가지러 오겠다라는 부분. 단순히 가장 행복한 시간에 그 모든걸 가져가겠다라는 뜻으로도 생각되지만 책을 덮고 삶을 살아가다보면 문득 떠오르는 저 대사는 뒤를 돌아보지 말고 치열하게 살아가라는 말로도 다가온다. 이게 무슨 장르소설이야라고 한다면 완전 악마도 나오고 그러는데 장르소설 아님?


 이영도의 새 씨리즈에서는 눈물을 마시는 새는 가장 빨리 죽고, 피를 마시는 새는 가장 오래 산다라는 대목. 삶을 살아가면서 남의 피를 빨아먹는 듯한 사람들이 잘 사는 모습과 타인을 살리기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버려가며 희생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피를 마시는 새와 눈물을 마시는 새는 소설 속에서 나와 지저귄다. 그렇다면 너는 무엇을 마시고 있으며 무엇을 마시길 원하냐는 속삭임. 피? 눈물? 독? 물? 그렇게 울리는 마음은 이런 작품들을 명작의 반열에 올려논다.


 이런 대사들은 멋에서 나오는게 아니며 인간에 대한 끊임없는 생각과 통찰을 통해 작품에 베어든다. 변하지 않는 인간의 어떤 부분에 대한, 독자가 듣고싶어하는 이야기에 섞여들어간 작가의 쐐기같은 한마디. 언젠가 나올 그 기라성같은 작품의 작가가 백수귀족일 것이라는 생각은 다른 누구가 아닌 그가 걸어온 작품들이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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