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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위한 면죄부 - 킹메이커(The Ides of March, 2011) 리뷰 본문

Review/영화 리뷰

누군가를 위한 면죄부 - 킹메이커(The Ides of March, 2011) 리뷰

[Nac] 2016. 4. 5. 03:00

 영화보다 영화같은 일들이 벌어지는게 현실이다. 지옥반도 앉아 킹메이커를 들여다보고 있자니 '심심하다' 아니 '삼삼하다'.


 영화의 단면을 보면 선거캠프 공보담당이 당내 경선을 치뤄가면서 일어나는 생각지 못하고, 원치않은 사건들에 휘말리는 이야기다. 민주당 후원이라도 받아서 제작이 된건지 미국 민주당 경선이 주된 배경이다. 그리고 기대와는 다르게 영화는 영화다운 카타르시스를 주지 않는다. 라이언 고슬링은 그렇다 쳐도, 조지 클루니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을 데려다 놨으면 뭔가 좀 치열한 맛을 보여줬으면 하는 기대가 생기는데 '모스트 원티드 맨(A Most Wanted Man, 2014)'처럼 대중적이지는 않은 영화다.


 The Ides of March라는 원작의 제목은 시저가 암살되기 전 시저에게 3월 15일을 조심해(Beware the ides of March)라고 경고했던 이야기에서 따왔다. 의역해보면 배신의 날. 젊고 똑똑하고 바른 길을 걷는 주인공 앞에 어떤 정치인생이 전개되는가를 나타낸다.





 영화의 가장 큰 초점은 '선택'이다. 주인공들에게 일어나는 일들이 우연하게 일어나는 일들 같지만 사실은 자신 혹은 타인의 선택에 의해 시작되고 일어나는 것이다. 나비효과까지 갈 정도도 아니다. 영화에서 주인공이 변명하는 대사가 있다. 그냥 우연히 실수해서 가게 된 거라고, 그럴 생각은 없었다라고. 하지만 상사는 몰아세운다. 니가 선택한 거라고 니가 만나러간 거라고.


 반대편에서 상대가 어떻게든간에 정치적 이익이되는 선택을 통해 주인공을 불러낸 것이고, 막다른 상황에까지 몰린 것이기에 우연은 없었다. 이런 우연과 실수는 영화 전반에 놓여있다. 영화 속 주인공만이 아니라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변명하고 싶지만 사실 모두가 누군가 선택한 결과다. 술에 취해서 한 선택도 아니다


 삼국지에서 사마의가 '제갈량이 싸우는 곳은 반드시 이기게 되있는 곳에서 싸운다. 그래서 제갈량이 싸우고자 나오면 피해라'라는 고사가 있다. 전쟁만이 아니라 정치도 유사한 맥락이다. 흔히들 말하는 정치적 선택. 정치적 행보에 가장 중요한 판단은 선택에 인한 외부적 결과가 달성되든 안되든 간에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가다.


 정치적 선택만이 전부는 아니다. 영화의 대사엔 숨겨진 의미가 참 많다. 존잘미남중년경선후보인 조지 클루니가 '아내가 살해를 당하면 어떻게 하실겁니까?'라는 질문을 받고는 '아내가 당했으면 어떻게든 그놈을 죽일 방법을 찾아 죽인 후 법의 심판을 받겠다.'에서는 결국 자신에게 닥치게 된 일이면 공식적으론 자력구제가 아닌 법치를 지지하지만 그런 선택을 할 것이다라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실 이건 좀 치사하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 중 동의를 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있을까. 심지어 존잘미남중년 조지클루니인데 관객들은 동질감을 느끼고 수긍한다. 만약에 내게 닥친 일이라면 어떨까에 대해서 사회적으로는 옳지 않지만 개인적으로는 수긍하는 태도를 취하게 된다.


 그렇다면 내게 닥친일에 정치적 선택을 할 수 있다면?. 결국 영화의 뒷면에는 정치적 선택에 대한 면죄부가 붙어있는 것 아닌가.

 

 '맞는 말이기는 한데 그렇다고 그러면.. 그렇게만 말하기에는 좀 그렇지 않나?' 라는 소심한 의문에 영화는 '당장 너에게 이 일들이 닥치면 어떻할건데? 너도 그럴껀데 왜 그래' 라고 감성의 아구창을 날린다.


 다시금 선을 그어도 자꾸 넘게된다. 그래도 그놈만은 안된다라는 대사가 무색하게 우리의 존잘미남중년도 결국 정치적 선택을 한다. 잘못된 일이고 욕을 해야하지만 여기에 욕을 하는 관객이 있을까. 관객은 그의 정치적 선택에 대해 이미 이해할 준비가 끝난 상태다.





 미국 정치역사에 길이남을 네거티브 전략의 천재, 리 애트워터. 그의 일대기에 대한 프리퀄이라면 이해가 갈 법한 영화다. 


 이슈가 더 큰 네거티브로 덮이는 경험과 생존, 성장.. 그리고보면 조지클루니의 선택이 너무 개연성이 없다고 비판받기도 하지만 실제 역사를 돌이켜보면 이해가 되는 선택이다. 만약 증거가 없을 수도 있지만 강렬한 네거티브가 터지는 경우 즉각적인 방어는 불가능하다. 포지티브로 맞서도 안되고 논의를 이동시켜야만 하는데 코앞에 닥친 경선까지의 시일로는 불가능하니 조지클루니의 선택은 비정치적인 선택이 아니었던 것 뿐이다. 그래서 더욱 다음편이 나오지 않는다면 이해 못할 영화가 된다. 현실도 아닌 영화가 이러면 안되지 하고 혀를 차본다.


 

 사족으로 리 애트워터가 당선시킨 대통령은 얼뜨기로 유명했던.. 우리가 알고 있는 미 전대통령 조지 부시의 아버지 부시다. 그리고 애트워터 그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죄하며 죽어갔고, 미 정치역사를 수십년 후퇴시킨 장본인으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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