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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좌 - 작가의 탈진 본문

Review/도서 리뷰

환생좌 - 작가의 탈진

[Nac] 2017. 9. 4. 22:51

환생좌 - ALLA Nac지수 - 6.0 현실과 다른 차원의 어비스가 나온다던가. 이종족이 차원을 넘어 쳐들어온다던가. 죽이면 능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무엇이 떨어진다던가. 게임처럼 능력이 수치로 표현된다던가. 치트를 쓴 듯 거침없이 나아가는 주인공이라던가. 최근까지 유지되는 이러한 트렌드의 글들을 무엇이라고 불러야 좋을지 모르겠지만 환생좌는 확실히 이런 류의 글들에게 롤모델인 작품이라 보인다.

이제는 그 누구도 오크에 대해서 배경지식을 설명하지 않아도 알아듣는 것처럼 환생좌의 대히트 이후의 여러 소설에서 온갖 설정들에 대해 설명이 생략된채 진행이 되고 있는 것일까 호기심이 생겼다. 어찌됬건 대히트를 기록하고 완결이후 접하게 된 만큼 흥미로웠다. 사이다를 벌컥 마시는 듯한 거침없이 질주하는 주인공과 함께 철학적 요소가 가미된 필력은 상업적 성공을 거둘만 하다는 느낌을 주었다. 간결한 문체의 템포와 함께하는 필력. 엘리트주의적 선택과 다양성 중 무엇이 더 생존에 부합하는가라는 이념적 충돌. 글 속에 흥미롭게 녹아 있었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글에는 역설적인 문제가 나타난다. 주인공의 거침없는 사이다적 전개가 반복되면서도 기대를 갖게한 이유는 잘 짜둔 글의 구조였다. 간단히 본다면 양산형 작품과 차이를 둔 부분중 하나는 준비되는 반전의 존재였다는 것이다. 반전이라는 장치는 시작부터 잘 짜둔 구조에서 폭발할 수 있는 것이기에 계속해서 흘리는 반전의 존재는 역시 이런게 있기에 대박을 쳤구나하는 무언의 설득력을 주었다.

심지어 작중에서도 신의 대사를 통해 작가는 이야기한다. 상상을 깨는 결과. 그것을 원한다고말이다. 눈앞에 보이는 두개의 길 중 하나가 아닌 새로운 길. 하지만 막상 반전들로 인해 글의 완성도는 떨어져간다. 이유가 있긴 하지만 반전의 활용은 미약할 뿐만 아니라 철학적 충돌이 삭제되고 주인공 단일의 메시아적 전개만 남는다. 결국 작가가 추구한 것은 사이다 전투 전개였던건지, 잘짜뒀지만 지쳐버려 끝에 펜을 놔버린 것인지 반전의 활용과 결말은 아쉬움을 남긴다. 도표없는 길로 나아가는 시작이라고만 해도 결말은 좀더 나아보이지 않았을까. 생각을 거듭해봐도 궁극적으로는 작가의 탈진이 문제가 아닌가하는 생각에 남는 아쉬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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