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재의 시선

인간실격/정의와미소 - 평행차원의 다자이오사무 본문

Review/도서 리뷰

인간실격/정의와미소 - 평행차원의 다자이오사무

[Nac] 2017. 10. 11. 20:18
인간실격 / 정의와 미소 - 다자이 오사무

 삐걱대는 그네의 소리로 기억은 시작된다. 그네에는 나와 할머니가 앉아있었고, 고민이 뭐냐는 할머니의 말이 있었다. 유치원이었다. 그 시절의 나는 그때 고민을 이야기하지 못했다. 당시의 언어능력, 어렸던 나로는 그 고민을 표현할 수 없었다.
 
이제와 표현해 보자면 현재의 나는 지금 그네에 앉아있지만 과거의 나는 어디로 가며 어떻게 변화하는가. 불교계 유치원을 다니고 도가의 책을 읽은 부작용이었을까. 지금보면 상당히 중2병스러운 고민이었지만 당시에는 진지했다. 이제는 흔한 평행차원으로 설명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당시에는 어떤 단어로 설명해야할지도 몰랐던 고민이었다.




 이런 낯뜨거운 고백을 한 이유는 인간실격을 읽으며 그때 그네에 남겨진 나는 다자이 오사무가 됬을 수도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인간실격 식으로 첨언을 붙이자면 그와 내가 모든게 같다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인간실격을 깊게 리뷰한다면 부끄러운 내면의 고백이 되어버릴 것이다.

 그저 그를 이야기해본다면, 대체 주인공 요조 혹은 다자이 오사무를 뭐라고 해야할까. 어떤 사람인가로 정의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보다 역설적이게도 인간실격 마지막 대사가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죽은 이후 주변인이 말하는 '우리가 알고 있는 요조는, 아주 착하고, 눈치가 빠르고, 거기에 술만 마시지 않았다면, 아니, 술을 마셔도, ......신처럼 착한 아이였어요.' 라는 이야기. 처음 읽어가며 마지막 대사를 읽었을 때에는 그를 이해하지 못한 이야기에 실소를 머금었던 문장이지만 결국 착하다, 착하다라는 단어로 표현되는게 틀리지 않다라는 것을 깨달았다. 너무나 착했기에 그는 맑고 밝고 명랑한 불신을 이해하지 못하고, 적응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런 내면을 고백해놓고 자살하지 않는게 이상할터, 지만 다자이 오사무의 일생을 돌아보면 결국 그의 광기는 주변인들의 배신으로 완성된 것이다.

 재밌게도 정의와 미소도 보면, 익살에 대한 입장에서 새롭게 시작한다. 작은 차이에서 시작된 변화. 또다른 모습의 나와 마찬가지다. 또다른 과거의 나는 이렇게 갈 수 있었을거야 하며 마치 소년만화처럼 밝고 긍정적인 모습으로 채색한다. 또는 나는 이렇게 되고싶었어. 그러고보면 다자이 오사무는 만화 스토리작가가 잘 어울렸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인간실격과 너무 다른 밝음에 웃을 수 밖에 없었던 정의와 미소. 1909년에 출생했으니 지금쯤은 환생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스토리작가로 잘 살고 있지 않을까. 아니면 집필은 인간실격이 정의와 미소 이후일테니 미래의 다자이 오사무는 지금 방구석에서 나오지 않는 그 누군가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