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재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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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의 시선/Nac

정부가 바라보는 비트코인

[Nac] 2017. 12. 16. 20:34

암호화폐보다는 가상화폐라는 말이 더 익숙해져있는 그 것. 한술 더 뜨면 비트코인이란 말이 더 익숙한 암호화폐는 장안의 화제, 뜨거운 감자다. 화폐로 정말 쓰일 수 있을까하는 의문은 이미 구시대의 이야기가 되버렸다. 언제 사야하나 언제 팔아야하나가 초미의 관심사. 규제의 '규'자만 나와도 엄청난 낙차로 출렁이는 24시간 풀개장 하우스에 단타고수부터 '사'짜 지망 고등학생까지 모두가 모여들었다. 이러한 시점에 정부의 시각을 유추해 암호화폐를 생각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재미삼아 읽어보시길 바란다.



 현재 한국의 상황을 간단히 짚어보자면 미국의 양적완화 개시일로 돌아간다. 헬기에서 돈뿌리던 벤아저씨. 통화주의자들의 시대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던 그 그림은 좀더 거슬러 올라가.. 아니 좀더 단순히 가보자. 

 경제는 거대한 사이클을 그리며 자꾸 개박살과 회복의 파형을 그린다. 왜 박살나는 걸까, 이유를 생각하고 회복시키는 법을 당대의 천재들은 고민했고, 정형화된 모습이 정부의 재정정책과 중앙은행의 금융정책이다. 이런 방법들은 궁극적으로 돈의 가치와 소득에 맞닿아 있다. 

 다시 미국으로 가자. 미국경제가 개박살이 나있었다. 망가진 경제에 심호흡을 하려면 돈의 미래가치를 하락시키는 것이 정석이었다. 상대적으로 현재가치를 올려 사람들이 돈을 쓰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가치를 조절하는 수단이 금리였다.

 금리를 올리면 미래가치가 상승, 금리를 내리면 미래가치가 하락. 하락이 심할 수록 돈을 가지고 있어봐야 손해다. 집구석에서 잠자는 히키코모리를 밖으로 밀어내는 격으로 경제에 돈을 돌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왠걸. 이 히키코모리가 이번엔 죽어라 버티는 것이다. 금리가 아무리 끌어당겨도 방바닥에서 일어날 생각을 안하니, 특단의 대책을 강구했다. 방을 물바다로 만들어버리는 것이었다. 지금 당장 물바다가 되서 개판인데 나가겠지 하는 생각이었다.

 실제는 돈바다로 만드는 것이었다. 돈을 조금이 아니라. 왕창. 충격적으로 뿌려서 돈의 현재가치자체를 내려버리는 것. 놀라서 당장 일어나 튀어나가게 말이다. 유동성도 공급하고 내수는 살아나고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면 실업률은 역으로 떨어지는 묘ㅡ수 였다.



 이게 묘수는 묘순데, 달러를 가지고 인질극을 하는 묘수라는게 문제다. 달러가 기축통화이기때문에 부채를 화폐화시키는 개지랄(묘ㅡ수)을 떨 수 있는 것이다. 미국입장에서는 좋지만 다른나라는 이게 뭔 개짓거리냐며 욕할 수 있는, 신용경제시스템의 근간을 쥐고있는 초강대국의 힘이었다. 중요한 건 이런 과정들 모두가 레버리지, 혹은 거품의 시대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번 거품이 터지면 진짜 말도못할 개박살이 난다는 걸 모두가 다 안다. 달러를 가지고 하는 인질극이 실패한다는 것은 달러가 쌓아올린 신용경제, 그 바벨탑이 무너져내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히 미국 내수가 살아나는 시그널을 보내고 있고 미국은 금리를 올리며 거품을 줄이기 시작했다. 디레버리지의 시대가 찾아온 것이다.


 근데 웃기는 것은 미국이 레버리지를 끝내면, 다른나라들은 또 어이가 없는 것이다. 니들만 끝내면 끝인거냐? 우리는? 이라는 상황에 마주친다. 배알이 꼬여도 어쩌겠는가.

 더군다나 한국은 고래등 위에서 열심히 헤엄치는 새우의 신세가 아닐까 하는데.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우리도 올려야 한다. 금리역전이 일어나면 투자된 달러가 모두 썰물처럼 빠져나갈 수 있기에 경계하는 것이다. 한국이 무슨깡으로 미국보다 금리를 낮추겠는가. 그래서 레버리지의 시대에 우리도 내수경제를 살렸어야 했다. 그래야 다음 위기가 찾아올때 뭔가 더 해볼 껀덕지가 있기 때문이다. 

 자 이제 우리를 돌아보자. 내수가 살아났는가 물어보자. 


 내수가 살아나는 시그널이 있는 것도 맞다. 그렇지만 세계 1위라는 조선도 망가졌고, 자동차, 철강 모두가 힘들다. 그나마 반도체가 사상 초유의 영업이익을 거두고 있다지만 중국이 맹렬히 추격해오고 있다. 흘러흘러 들어온 유동성은 부동산시장에 들어가 엄청난 거품을 만들었다. 일해서 돈버는 것보다 아파트 가격 뛰는게 더 빠르고, 심지어 평생을 벌어도 살 수 없기도 하다. 실수요라고 거품이 없다고 외치는건 양심이 없는 놈이다.



 이런면에서 한국정부는 2개의 위험에 대비해야함을 알 수 있다. 아니 미국일은 미국이 알아서하고 망하면 다같이 요단강 건넌다고 치면 하나다. 부동산 시장.

 부동산 시장거품이 터지면 어떻게 될까 옆동네 일본에서 교과서적으로 보여줬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디플레이션의 파괴력. 튼튼하던 일본경제를 20여년간 박아넣은 사례가 그대로 한국에서 재현되거나 더 악화된 모습으로 다가올 수 있다.


 그럼 정부는 어떤 방도가 있을까. 어떻게든 최악을 대비하며 내수와 소득을 증진시켜야한다. 


 미국때문에 금리는 내리기 어렵다. 별탈없이 모든게 부드럽게 흘러간다면 높은 물가상승을 제어하기위해 좀더 빠르게 올릴 수 있을 뿐이다.

 남은 카드는 환율과 재정정책. 두가지가 남은게 아닐까 한다. 심지어 환율도 미국에 의해 환율조작국은 아니지만 환율감시대상국에 들어갔다. 아 서러워라. 그래도 어차피 저환율상태면 내수에 도움이 된다. 그리고 문케어같은 정책들은 사회안전망의 확충과 동시에 사실상 소득증가를 꾀한 것으로 보여진다. 세금이 들어가는 것이지만 정책이란게 다 그런 법아니겠는가. 어쨋든 내수와 소득의 증진만을 보며 달려가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갑자기 한국경제에 암호화폐가 튀어나왔다. 만들어진지는 꽤 됬지만 한국에 거래소가 만들어지고 비트코인 비트코인 수근거리기 시작한 것은 근래다. 중국 지하경제의 검은돈이 정부의 감시를 피해 숨어들었고, 중국정부가 거래소를 금지시키자 한국에서 거래를 한다는 이야기, 그리고 폭등이 계속됬다.



 탈중앙화의 기술혁신은 인정하지만 지금와서 누가 비트코인을 화폐로 쓰겠는가. 당장 지금만을 따지자는 것이다. 눈뜨면 이천만원이 삼천만원으로 변하는데 커피를 사먹는데 쓸 수 있을까. 사실상 지금의 암호화폐 시장은 꿈을 먹고 자라난 거품이라는데에 동의한다. 거품이면 뭐 어떤가 돈을 벌수만 있으면 됬지.

 하지만 정부의 시선도 그럴까. 안그래도 부동산거품에 안간힘을 쓰는데 어디서 또 튀어나온 놈인가 싶을거다. 심지어 정부 입장에서 암호화폐는 공식적인 루트를 우회하여 원화가치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백도어에 가깝다고 보일 수 밖에 없다.



 중국에서 암호화폐가 채굴되어 인터넷을 통해 한국으로 넘어와 달러로 바꿔 보따리 장수에 실려 중국으로 간다고 생각해보자. 이것만으로도 한국정부가 원하는 환율에 비공식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문제는 암호화폐가 주식시장에서 선물거래가 가능하게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선물거래가 어쨋냐면, 바로 몇일전 네마녀의 날에 코스피를 확인하라고 말하고싶다. 도이치 옵션쇼크가 일어난지 몇년이 흘러도 한국경제는 손바닥에서 주무르기에 딱 좋은 크기라는 것이다. 슬프다. 그런데 암호화폐시장은 아무런 안전장치가 없고 끝없이 부풀어오를 수 있는 구조다. 24시간 내내. 심지어 해킹에도 취약하다. 예를들어보자.

 4조규모의 돈이 비트코인을 구매하며 거래소로 들어온다고 치자. 온갖 커뮤니티에서는 가즈아ㅏㅏㅏㅏ를 외치며 광란의 도가니 일 것이다. 비트코인은 끝없이 오르며 내말 맞지? 아 진작에 살껄 하면서 개미가 따라붙는다. 그럼 이제 선물시장에서 공매도를 친다. 그리고 4조 규모의 돈을 통채로 빼간다. 개미가 올려놓은 돈도 거둬가고 공매도로 이득도 보고. 

 왜 4조라고 했을까. 개인적으로 몇 해 전 네마녀의 날에 확인한 삼성전자 외국인 순매도 금액이었다. 삼성전자 한 종목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안전장치가 마련됬다는 주식시장에서 힘으로 내리누르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개미들이 죽어가거나 아니면 거품이 터지거나. 거품이 개같은건 한놈이 터지면서 옆에도 다 터져나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왜냐면 우리 경제는 다 연결되었기 때문이다.

 건물 한채가 넘어간다고 생각해보면 쉽다. 한채가 넘어가면 그사람이 가지고 있던 건물 전체의 부채에 영향을 주고 줄줄줄 넘어가면서 건물에 살던 사람, 엮여있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게 되면서 펑펑. 사회 전체로 터져나간다. 한국도 무조건 부동산 불패가 유지되고 있지 않다. 몇 년 전 지상파 3사에 모두 보도된 사건이 있었지만 세월호로 모두 묻혔다.

 어찌됬건 암호화폐 거래소는 정부의 입장에서 고까울리가 없다. 주식처럼 기업에 자금을 조달한다는 명분도 없고, 내수를 살아나게 할썽 싶지도 않다. 기축통화를 대체하여 경제시스템을 재구성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지만 미지의 부작용을 직접 경제에 시험해보는 실험장이 되어야 할까.


 그렇다면 아예 중국처럼 금지를 시키거나, 세금을 매기고 규제를 걸어 안전장치도 마련하고 세수를 확보하는 방법이 있다.

 보기에따라 아예 금지시키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이미 너무 많은 사람이 연계되있고 그림도 별로 좋게 나오지 않는다 싶으면 후자로 방향을 잡을 것이다. 어차피 비트코인 할놈들은 비트코인 금지시켜도 토토나 하겠지 하는 마음으로다가 세금이나 뜯어가는게 아닐까. 괜히 욕먹을 필요도 없고 말이다. 백도어라도 다 보이는 백도어에 길까지 새로 내주면 옆문이 될 수 있다.


 그럼 이제 우리는 거래소 지분주식을 사면 되는 것인가. 해킹 보안주를 사면 되는 것인가. 고민을 해보아야 할 때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은행주와 내수주에 투자했다는 것.. 

+ 이 글을 쓰고난 다음 열린 장에서는 거래소지분 주식이 폭등했다고 한다 ㅎㅎ

이유는 암호화폐 관련 정부규제 회의내용이 공무원을 통해 카톡유출..

사실상의 허용이다. 그래도 규율을 마련한다고 하는데, 이게 2차 규제안에서 폭풍으로 밀려왔다.

 2차 발표에서는 거래소 폐지, 실명제가 화두였다. 정부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 거래소 폐지를 검토한다는 것이 폐지에만 초점이 맞춰져 보도되어 엄청난 악재로 작용했다. 실명제도 결국 앞서 생각한 세금에 대한 선행조치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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