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재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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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의 시선/Nac

최고의 핸드폰번호를 찾아서 - 발음편

[Nac] 2018. 5. 13. 23:49

 누군가에게 핸드폰 번호를 말해줄 때, 혹은 마트에서 계산을 하면서 뒷자리를 말할 때. 발음이 불편함을 느꼈던 적이 있었다. "싸요?" "아뇨, 쌈이요". 쌈을 싸냐 마냐의 이야기가 아니다. 숫자 3과 4의 발음에 대한 질문과 응답이다. 이런 경험을 하면서 좋은 발음의 핸드폰 번호가 있겠거니하고 막연히 생각했었다. 다시 해드폰번호를 바꿀 것도 아니고 굳이 알아서 무엇하랴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다시한번 깊게 핸드폰 번호의 발음문제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가 있었다. 전공자가 아니니 틀릴 수도 있겠지만 발음이란 것은 우리가 직접 해보면 편한가 불편한가를 쉽게 판가름할 수 있기에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것이라는 기대를 하며 파고 들어가봤다.


 과학적인 한국어의 표준어 발음을 크게 나눠보면 이렇게 구분할 수 있다.




 세종대왕께서 입안의 구조와 파생되는 발음을 연구하며 훈민정음을 창제하시는 장면은 언젠가 한번쯤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나랏말씀이 듕귝과달라..


 위의 표는 자음과 모음의 발음 방법과 발음의 위치에 대한 정리라고 볼 수 있다. 첫째표의 전설과 후설은 혀의 앞과 뒤를 의미하며, 원순과 평순은 입술을 오무리는가와 아닌가의 차이이다. 고, 중, 저는 혀의 높낮이와 연계된다.


 그 다음의 표에서 양순음은 입술에서 나는 소리를 말하면서 점차 발음의 위치가 잇몸, 혀앞천장, 혀뒤천장, 목구멍의 순으로 뒤로 이동함을 말하고, 파열부터 유음까지는 각기 소리를 내는 방식의 차이를 구분한다.


 그렇지만 이런거 다 필요없다. 우리는 그냥 발음하기 좋은 핸드폰 번호를 알고 싶을 뿐이다. 핸드폰 번호는 일, 이, 삼, 사, 오, 육, 칠, 팔, 구, 십, 공으로 이루어져 있을 뿐이다. 하나, 둘, 셋으로는 왠만해선 안한다. 정말 발음의 분간이 어려운 경우 포병식의 발음을 한다면 몰라도 말이다.


 따라서 앞의 열개 숫자의 발음을 위의 표에 대응시켜 보면




 이렇게 배열해 볼 수 있겠다. 그렇다면 어떤 숫자가 발음이 편하고 좋은 숫자일까. 고민해보자.

 그냥 떡하니 답을 내면 너무 쉽고, 없어보이는데 어떻게 하면 기가막히게 짜잔하고 말할 수 있을까. 이걸 보고 있는 사람들은 지금 표의 말들이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고 결론을 바라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이든다.


 막상 쉬운 발음이 무엇인가 알기 위해선 꽤 여러번 발음을 해보아서 알게된 사실이 있다. 


 모음의 경우는 입의 앞보다는 에서, 오무리기 보다는 평평한 상태로 혀가 높은 위치에서 발음하는 것이 편하다. 자음의 경우에도 입의 앞보다는 에서 즉, 양순음에서 후음으로 갈 수록 편해지고 파열, 파찰, 마찰보다 비음이나 유음이 발음이 편하다.


 ...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잘 안간다면 일단은 일, 이, 삼, 사, 오, 육, 칠, 팔, 구, 공에서 받침이 있는 숫자는 발음인 끝소리까지 내야하기 때문에 귀찮다. 따라서 일, 삼, 육, 칠, 팔, 공을 빼버리자. 어라 딱히 발음하기 어렵지 않은데 하겠지만 남은 숫자를 보면 급이 나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사, 오, 구


 최고의 숫자 4개를 추렸다. 여기서도 위의 규칙을 적용하여 최고의 숫자 하나만을 뽑는다면 숫자2, '이'가 최고다. 그리 입을 찢지 않아도 가장 편하게 발음을 할 수 있음은 한번 발음해 본다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4개의 숫자에서도 급이 나뉘는데 가장 중요한 부분은 평순과 원순의 구분으로 나뉜다. 입술을 오무리는 것은 불편하다. 따라서 이와 사가 오와 구보다 우위다.


 그렇다면 적절히 이 4개의 숫자를 배열해서 조합하면 최고의 핸드폰 번호가 나올법한데 여기서 또 발음의 재밌는 점이 나타난다. 단순히 발음이 편한 숫자를 나열한다고해서 전체 발음이 편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예를들어 2222라고 해보자. 이이이이. 같은 숫자를 반복해서 발음하는 것은 쥐약이다. 너무 힘들다. 그렇다면 2424는 어떨까. 뭔가 이삿짐센터느낌도 강하면서 막상 발음할땐 뭔가 불편함을 느낀다. 이는 발음이 '이'는 '고' 높은 곳에서 '사'는 '저' 낮은 곳에서 나기때문에 입을 벌리고 닫고를 반복해야하는 데서 오는 불편함이다.


사이구이?

오구사이?

오이사이?

구오사사?

구오사이?


 결국 전체 발음이 쉽게, 한 호흡으로 마무리 되려면 첫시작은 강하게 파열이나 파찰, 마찰로 스타트를 강하게 끊어주면서 치고 나갈 힘을 실어줘야함을 느낄 수 있었다. 거기에 고, 중, 저의 흐름 역시 고려해 주어야 한다. 


 그래서 결국 선택해 본 숫자는 9242. 구이사이다. 


 연구개에서 시작된 파열음 구로 스타트를 하고 똑같이 높은 위치에서 발음되는 최고의 숫자 이를 연이어 넣고 애매한 중간위치보다 바로 아래로 떨어뜨려 사까지 부드럽게 이어준다. 그리고 마지막은 다시 최고의 숫자 이를 넣어 마무리.


 왠지 우리사이 같은 느낌도 나면서 구이사이. 짧은 한호흡으로도 발음할 수 있는 최고의 번호가 조합되었다.


 010-xxxx-xxxx가 일반적이므로 마지막 -는 '에'로 발음되기에 연이어 발음하기 쉬운 이를 앞으로 배치하고 뒤는 약간의 변화를 주어서 마무리해본다면


공일공 구이사이에 구이사구

010 9242 9249


어떤가. 발음이 부드럽게 연결되면서도 정확하게 뜻을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

누군가 저 번호를 쓰고있다면 굳이 집착하기 보다 앞서 연구해보았던 규칙을 다시 적용하며 자기에게 맞는 자기만의 최고의 숫자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구이사이는 그래도 최고의 핸드폰 번호 조합중 하나일테니 어디든 끼워넣어도 무방해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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