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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도서 리뷰

루머 - 우리가 개돼지인 이유

[Nac] 2017. 11. 30. 23:04

루머 - 캐스 R. 선스타인 Cass R. Sunstein


사람들을 보고 레밍이라든지, 개돼지라든지 비유하는 일들이 종종있어왔다. 여기서는 개돼지의 이야기를 차용해보기로 하자. 물론 사람이 개, 돼지라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개돼지의 탈을 쓰고 행동하는 듯한 모습을 비유한 것일 터이다.


뜬금없이 개돼지를 가져온 이유는 ‘루머’라는 책의 목적과 관련이 있다. 선스타인씨는 교양있는 지성인이시기에 목적달성을 위해 쉽고, 짧게 글을 쓰셨고, 나는 미력하나마 도움이 되기위해 ‘개돼지’라는 자극적인 단어를 가져온 것이다. 종국적으로 <우리는 개돼지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각성하기 위하여 리뷰 역시 최대한 자극적으로 쓰여졌다. 책에서는 개돼지의 개도 등장하지 않으며, 아래 각색된 내용을 보고 선스타인씨의 교양을 의심하지 않도록 하자.



우리는 왜 개돼지인가


우리가 겪는 대부분의 일은 직접적으로 얻은 지식이 아니다. 미국이 달에 간것도 구라인것 같고 외계인도 있는거 같다라고 생각하기 쉽다. 간접적으로 얻은 지식이기 때문에 유추로 결론 내기가 쉽다. 거기에 인터넷ㅡ정보쓰레기의 바다ㅡ가 결합되면 지옥이 눈앞이다.


선스타인씨는 지적이게 우리가 왜 개돼지인가를 


사회적 폭포효과social cascades와

집단극단화group polarization, 

그리고 나타나는 편향동화biased assimilation로 설명한다.


무슨말인고 각색해 보면


친구들과 학교에 있는데 왠 여자와 남자가 함께 걷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어디서 본 남자였다.


"저 남자 A선배 남친아니야?",

"맞는거 같은데", 

"헐, 대박 A선배랑 헤어진건가, 아니면 바람?" 


수근거림이 계속되었다.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 A선배는 애인과 아직 사귀고 있는 정보가 퍼졌다. 남자는 A선배 모르게 바람을 피고있는거잖아라는 이야기가 친구들사이에서 계속됬다. 우리가 남자에게 어떻게 학교에서 대놓고 바람을 필 수 있냐고 말하고 와야되는게 아닌가 고민을 했다. 


하지만 남자는 지나갔고, 집에와 인터넷을 켜보니 포털사이트에 여자가 학교지붕에 올라가 남자를 찾는다는 뉴스가 떠있었다. 클릭해보니 중국에서온 여자가 봉사활동에서 봤던 남자를 찾는 내용이었다. 


자세한 사정은 모르겠지만 왠지 남자가 뭔가를 한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아니땐 굴뚝에 연기가 날까. 오늘 학교에서본 남자가 생각났다. 역시 남자가 문제야. A선배 불쌍해서 어떻게해. 오늘 한소리하고 왔어야했어.


ㅡ사실 학교에서 본 남자는 A선배의 전남자친구도 아니었고, 현남자친구도 아니었다. 그냥 사촌누나와 지나가는 남자였을 뿐이었다. 하지만 별로 친하지도 않은 A선배에 이야기는 그녀 기억 저멀리 사라지고 남자는 바람을 핀다라는 생각만이 남아 남자조심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오해가 있을까 밝혀두면 이대에서 겪었던 실제를 바탕으로 각색된 내용이다.



아는 사람이 대부분 그렇게 믿으면 자기도 그렇게 믿고, 

그런걸 함께 이야기하면 점점더 다른 사람의 말은 들리지도 않는 꼰대의 수렁으로 빠진다. 두렵고 구역질나는 이야기일수록 효과는 더 강렬하다.


그리고 결국은 새로운 이야기를 들어도

갖고있던 개같은 이야기를 더 개같게 하는 개돼지-무한궤도-에 진입한다.



으아아! 소통짱짱!. 소통하면 좋은세상 만들 수 있어요.. 개소리라는 이야기다.



인터넷이라는 희대의 문명이기와 개돼지가 결합하면 파워업한 지옥이 펼쳐지는데 생명과 돈 뿐만아니라 민주주의까지도 선스타인씨는 걱정하신다. 이런 대목에서도 선스타인씨가 얼마나 지적이며 교양있는 사람인가를 볼 수 있다. 개돼지들로 인해 얼마나 거지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면서도 민주주의 기반 자체에 손상을 줄 수 있다는 고상한 표현으로 넌지시 이야기한다.

어떻게 개돼지같은 행동을 하는지 쉽게 이야기해줄테니 듣고 제발좀 개돼지의 탈을 벗으라는ㅡ편향오류 제거debiasing의 가능성 제시ㅡ이야기를 솔직하게 또 고상하게 하시는데 그래도 개돼지들은 말로는 안된다며 쫄게 해야한다는 생각은 확고하시다. 법으로 몽둥이 찜질을 해야 정도를 안다는 것이다.


개돼지같은 생각. 루머. 네거티브 모두를 포함해서 왜 구라인데 믿지? 라는 의문에 이렇게 답한다. 진짜가 진짜인 근거가 아니라 가짜가 가짜인 근거가 없기 때문. 



‘가짜가 진짜가짜야? 나도몰라..’


인간은 몰라서 믿는다. 


분노와 비난을 어딘가로 돌려 도망가고 싶어하며 

모든게 의도적으로 저질러진 것이라고 믿고 싶어한다. 

거기에 자기가 믿는게 틀렸다고 하면 못참고 자기가 믿는게 맞다고 할때까지

어떻게든 정보를 왜곡시킨다.


인지부조화congnitive dissonance. 


인간이 개돼지가 되는 베이스는 인간 자신안에 있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가 책의 대부분이다. 우리가 개돼지인 이유를, 개돼지가 되어가는 이유로 친절하게 거울처럼 보여주고 자기를 돌아볼 수 있게 한다.


흥미를 느끼신다면 책을 일독하길 권하고, 아래는 간단하게 발췌용 기록을 남긴다. 훑어보면 어떤 내용인지 감이 올 것이다. 그리고 심심하다면 이전에 썼던 네거티브전략에 대한 글도 추천해본다. ( 송혜교 사례로 보는 네거티브 대응 전략 )




그리고 선스타인씨가 숨겨둔 이야기를 하자면.. 계속해서 이야기하는 <우리가 개돼지가 되어가는 이유>개돼지들에 대한 계몽과 법적찜질은 사후적 차원인데, 개돼지적 인간을 설득하는 현재 진행적 해결책이 책에 숨겨져있다.


바로바로 정치질. 교양있게 표현한다면 티핑 포인트현상을 통한 사회적 수렴현상social convergence의 이용이라 할 수 있겠다. 수용자집단, 중립집단, 회의적 집단으로 나뉜 사회에 존재하는 남의 말은 쳐듣지도 않고 자기만 맞다는 내로남불의 개돼지들이지만 중립집단을 끌어들이며 싸우는 어느 순간, 발화점으로 표현되는 지점에서 상대를 먹어치우는 사회적 수렴현상이 나타나 하나로 통일된다는 것이다. 이 과정은 결국 정치보다 좀더 광의의 정치질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사람수와 특별히 신뢰성 있는 인물. 계속해서 말했듯이 개돼지스러움은 합리적인 근거를 가져와도 믿지 않고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신뢰성 있는 인물은 그냥 권위있는, 믿을 만한 사람이 아니라 같은 믿음을 지닌 사람중에서 신뢰성있는 인물이 반대의 믿음으로 전향했을 때의 존재를 의미한다. 왜냐면 합리적인 토론을 해도 오히려 비이성적인 입장을 강화하고 극단화 하는 것이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전향이 일반적으로 있을 수가 있을까. 돈으로 포섭? 가능성에 의문을 갖는다. 사실상 사상전향이니 말이다.


결국 정말 개돼지같은 결론으로 사람수가 최고라는 것이다.


우리편 쪽수가 많을 수록 발화점에 다가가 하나가 된다. 이 이야기를 숨긴이유가 그것이 아닐까. 그게 올바르지 않은 경우라도 통한다는 것. 악용할 수 있다는 것. 그게 바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댓글조작과 짹짹이들의 행태.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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