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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도서 리뷰

비정강호 - 읽어보세요

[Nac] 2017. 10. 16. 13:13
비정강호 - 한상운

카카오페이지 80화 완결
Nac지수 - 7.9

 한상운 작가의 작품중 양각양, 무림사계 등을 읽어본 기억이 나는데 인상은 비정강호가 가장 남는다. 취향탓일 수도 있다. 딥-다크한 서스펜스 스릴러 느와르물. 거기에 등장인물 심선생의 행태, 홍화평과 이대흑간의 내쉬균형(?!)에서 게임이론의 내음도 난다. 사실 게임이론이 개판인 이세상을 이해하고 좀더 나은 결말을 추구하는 것이기에 그런 것이지 않을까. 어찌됬든 소설 안 세상은 살아 숨쉬며 서로의 욕망을 위해,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부딪쳐가며 독자들에게 다가온다.

 매력적인 세계, 등장인물들을 완성시키는 것은 작가의 필력이다. 한 입 떠먹는 순간 감이 온다. 기가막히다. 영화같지만 영화로도 재현 못할 필력. 독자들을 몰입시키고 심장을 뛰게한다. 느와르풍의 작품이라 더 재밌게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느와르영화에서 배우의 연기력이 돋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흔한 장르문학에서처럼 관대함을 요구하지 않는다. 엉망진창이지만 재미만 뽑아 읽으라는 요새의 흔한 소설이 아니다. 차가운 도시의 비평가(?)의 눈으로 읽어도 멋진 작품이다. 아차, 오타에서만큼은 관대함이 필요하다. '절망'을 '정말'로 오타를 낸 것은 정말이지 절망적. :)




 비정강호의 결말은 정말 비정하다. 처음 보았을 때는 이게 뭐야 열린 결말인가 뭐시긴가하는 그건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다시한번 생각해보자. 싸움의 허망함을 알고 득도한 주인공 홍종환은 절체절명의 순간을 넘기고 마지막 장소에 밝았던 그들을 회상하며 달려간다. 하지만 도착한들 무엇하랴. 혼자 깨닫고 싸움을 말린들 파국을 돌이킬 수 는 없다. 비-정.

 마지막 파국의 장에서 비정강호의 서로에게 얽혀있는 등장인물들이 살아숨쉬며 이야기를 써내려간다면 어떤 이야기에 다달을까. 해피엔딩으로 갈 요소야 있다. 해피엔딩이든 배드엔딩이든 흘러가는 것을 머리속에 그려보고 있으면 비정강호의 마지막장을 넘겨도 인물들은 여전히 살아있기에 이 엔딩이 허망하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개인적으로 열린결말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허망하지 않을 것이기에 훌륭한 마무리였다고 평한다. 





 흑막이 모든 것을 차지하는 엔딩이 난이도가 가장 쉽겠지만 난이도를 올려 주인공이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모든 걸 차지하는 신세계식 결말로 나아간다고 방향을 잡아보자. 스포일러가 심해지니 패스하실분은 패스.

 파국의 장인 오통사에 도착해보면 3집단으로 나뉜다. 동생은 죽어가는 사람을 지켜보며 즐길정도로 비정해져있는 흑막으로 주인공을 죽이기 위해 왔고, 형은 가족과 단절된채 공부만 시켰지만 과거에 실패해 동생을 죽이기 위한 집단의 명분으로 돌아왔다. 정서적 공감대를 느끼는 건 오통사로 달려가는 득도한 주인공 뿐.

 주인공이 설득을 시도해보아도 들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법한데, 가진게 아무것도 없어 자기 몫을 찾기위해 왔다할지라도 아직까지 형은 비정한 강호에 발을 들이지 않았을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흑막인 동생을 죽이기 위한 명분으로 참가했기에 동생은 형을 살려두지 않을 것이며 홍가를 씨도 남기지 않고 멸족시키려 할 것이다.

 동생의 편은 홍화회, 광산, 관부 고위직, 흑귀, 홍가사병. 반대편은 형, 이대흑, 개방, 5지살 잔당, 심선생, 염라.

 오통사에는 흑귀와 동생 및 일부만 가고 반대에서는 형과 이대흑의 정예가 갈 것으로 동생이 죽을 계책인 것이지만 오랜시간동안 모든 것을 장악한 동생의 눈을 피해 주인공이 있을 수 있는 곳은 이대흑의 품일 수 밖에 없으므로 그에 대한 방비가 있을 것이다. 

 이대흑의 정예와 개방은 형은 동생이 동원한 흑귀와 관군으로 포위되어 집안에 관련된 자만 개입할 수 있게 만들 것이다. 타인이 개입한다면 무림의 분쟁으로 관군이 몰살시킬 수 있는 명분을 잡고, 결국 싸울 수 있는 것은 홍가만으로 정리될 것이다. 형을 죽이려는 동생을 주인공은 막아보지만 막을 수 없고, 형은 죽는다. 그가운데 마을에서 기다리던 잔당은 광산과 홍화회를 동원하여 쓸려나간다.

 더 고통을 받으라고 주인공을 살려두는 동생. 주인공은 깨닫는다. 협력으로 손내밀고 신뢰와 적극적인 용서가 무시된다면 남은것은 보복이 필요할 뿐이다. 그것이 그의 본능. 심지어 동생에게 첫 배반의 단추는 자신의 끼웠으니 마무리도 자기가 해야함을 느낀다.

 청살기의 완성된 해독약과 독원액을 은밀히 약사에게 받아 이대흑에게 투신한다. 이대흑은 오통사에서 끝을 내지 못하고 돌아왔고 개입하지 않으면 밀려날 일만이 남아있기에 타협하여 주인공을 받아들인다. 철혈문에게 받았던 독을 다루고 제압하는 기술은 청살기만큼 강한 독이 없었기에 패했던 것. 고난이 계속되고 청살기 원액을 확보했기에 같은 독이지만 상극인 무공이 완성되고 몸안의 독도 모두 제어하게 된다.

 과거 철혈문의 천하제일고수처럼 독과 월광검법을 대성, 사실상 천하제일에 다가가 흑귀와 동생을 제압한다. 끝없는 저주의 말을 퍼붓는 동생. 위선일뿐이라고 득도한척 해봐도 결국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는 똑같은 놈이라고. 계속해서 자해하고 자살하려한다. 어쩔 수 없이 약사의 도움을 받아 백치로 만든다. 

 모든 악의 씨앗을 제거할 수 는 없다. 자신이 위선자임도 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시작은 위선일지라도 잊혀졌던 의기의, 성대의 시대. 이제부터라도 욕망으로 남을 배반하고 빼앗는 자를 징벌하고, 서로 협력을 주고 받고 양보를 해도 더 나은 결과를 볼 수 있는 세상을 가능케 하기위한 양지의 무림맹과 음지의 금월당을 창설하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그는 이대흑에게부터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하기 시작하는데..


어떤한가. 그럴듯한 결말이지 않은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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