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재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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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도서 리뷰

일도양단 리뷰

[Nac] 2015. 9. 27. 07:44

  개인적으로 책이나 영화와 같은 컨텐츠를 리뷰할 때는 최대한 의식적으로 줄거리 혹은 본문내용에 대한 언급을 지양하는 편이다. 반전 스릴러물이 아니더라도 스포일러는 독자의 즐거움을 해치는 부분이 있지않을까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일도양단'의 리뷰에서는 조금 진지하게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내용에 대해 리뷰해볼까한다.


왜냐하면 이전의 '보표무적'리뷰에서 언급한 생각 때문이다. 고전적인 진중함의 부분에서 좀 아쉽다라는 말을 흘리듯 했는데, 마치 그 소리를 들은 것 마냥(그럴리는 없지만) 이번 작에서 심술아닌 심술을 부린것 같아 제 발 저린것이 이유다. 보표무적을 첫 출간했을 당시 정말로 그런 소리를 들은게 아닌가 생각해보기도 한다.



  '일도양단'의 겉은 정말이지 클래식으로의 회귀다. 고전무협의 클리셰가 곳곳에 산재해있는 모습은 처음 '이 작가가 대체 무슨 생각인걸까'라는 생각을 들게했었다. 반작용인지 작용인지 첫작인 보표무적보다도 몰입감이 줄어드는 효과도 있었다. 





  평하자면 '일도양단'은 고전무협의 틀을 가져다 고전무협의 틀을 깨버린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장영훈의 무협세계에서는 크게 이야기를 끌고나가는 몇개의 집단이 있다. 정도맹과 사도맹, 마교. 주인공은 정도맹 안의 질풍 육조라는 비밀조직의 조장으로 시작한다. 질풍조는 일급음모를 분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강호의 서로가 서로일 수 있기위해 음모를 분쇄하는 질풍육조의 조장 기풍한. 오랜 작전후 귀환했지만 또다른 음모가 이미 퍼져있었다라는 전개로 나아가는데 결국 정도맹도, 사도맹도 마교도 모두 이유는 다르지만 강호를 일통하기 위해 서로가 서로에게 음모를 꾸미고 있었다.



  후반부에 작중인물의 입을 빌려 이런 이야기를 한다. "자네는 강호를 일통하면 어떻게 할 생각인가. 일통만 하면 모든게 해결되나? 그때가서 자네 말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다 죽일셈인가?"


위의 대사는 사도맹의 맹주에게 말문이 막히게 했던 대사로 기억을 한다. 하지만 '일통'이라는 마음을 가진 모두에게 말하는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를 좀더 정치학적인 내용으로 가지고 들어가 보자. 정치학에서는 사회적 지위상의 상하적 대립관계에서 이루어지는 결정은 그 결정으로 인하여 손해를 보는 구성원의 자발적 동의와 복종을 얻지 못하고 저항을 수반하게 되는 바 이때 폭력을 수반하는 권력이 작동하게 되고 이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한다.


결국 정도맹주든 사도맹주던, 마교교주이건 '일통'을 하는 과정에서의 폭력, 이후의 폭력 모두는 서로가 서로일수 없게 만드는 정당화되지 못하는 힘인 것이다.


'서로'라는 다원성. 서로간의 차이는 어떤 사회든 가치를 둘러싼 갈등을 불러온다. 그 속에서 갈등을 사회화하거나 조정, 통합하는 것이 바로 정치의 핵심이며 정당화 될 수 있는 지배인데, 


정치적 지배의 기반 모든 것을 하나의 단일 체계로 묶으려고 하지 않는 것. 즉 '일통'하지 않으려는 것과 다양성으로부터 발생한다. 그렇기때문에 정치적 지배는 자유를 창조하며 자유를 허용하는 것이 된다. (H.Laswell과 F.Crick의 논의)



  질풍조는 결국 서로가 서로일 수 있는 '다원성', '다양성'이라는 기반을 수호하며 정당화 될 수 있는 정치적 지배-민주주의-가 무엇인지 화두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작가 장영훈이 무와 협, 인의를 담았던 무협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려, 겉은 고전무협의 옷을 입고 있지만 안은 철학적이면서 정치적인 현실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여담


+ 나중에 경제논리가 정치논리를 치환해버린 현실을 이야기하는 무협을 쓰셔도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3대 전장중 하나를 배경으로 하는..


+ 장영훈표 무협의 화두들은 이번 포스팅의 내용만이 아닐것이다. 지금 주목하고있는 부분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무협 전체를 통해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들이다.


+ 작품성 운운하다가 재미를 따지는게 이율배반적이지만, 일도양단보단 다른 작품이 더 ..험험.






  장영훈 작가의 작품목록 & 리뷰


보표무적(2004)

일도양단(2007)

마도쟁패(2008)

절대군림(2010)

절대강호(2011)

절대마신(2013)

천하제일(2013)

패왕연가(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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